희야세상

올림픽이 끝남과 동시에 무덥던 여름도 가고, 아이들 방학도 가고 이제야 모든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름방학내내 아이들과 지내며 삼시세끼 차려내느라 머리에 쥐날뻔 했다.

그래도 왕년에 '식품영양학과'를 나오고 '영양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지만 졸업후 바로 결혼을 하는 바람에 전공을 살리지 못했고 2년터울의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하며 살다보니, 칼로리 계산이며 균형잡힌 식단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결국엔 그때 그때 끼니를 챙기기에 급급해져 버렸다.

결혼해서 처음엔 나도 나름 식단도 짜고 계획적인 식생활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부터 내맘대로 되질 않았다.
첫째도 둘째도 먹는거에 별로 관심이 없어 젖병에 담긴 우유 한병을 다 비워본 일이 드물었다.
그뿐인가 신경써서 만든 이유식도 한두숟가락 받아먹고는 뱉어 버리기 일쑤였다.
잘 먹어줘야 신이나서 이것저것  만들어 줄텐데 안 먹고 버려지는게 많다보니 만들고자하는 의욕이 상실됐다.

크면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아직까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큰 아이는 과일알러지가 있어 먹는 과일이 거봉과 귤 뿐인데다 채소도 싫어해서 도저히 균형잡힌 식단을 짤 수가 없었다.
매도 들어보고 야단도 쳐보고 달래기도하고 안 먹으면 굶기기도 했지만 도저히 고칠수가 없었다.
야채를 아이가 골고루 섭취할 수 있게 하려고 볶음밥이나 카레등 나름 신경을 써 봤지만 맨날 그런 음식만 해줄 수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끼니때만 되면 고민스러웠다.

이것 저것 반찬이나 국, 찌게를 만들어도 먹는거만 먹고 좋아하지 안는 것은 식탁위에 올랐다 냉장고에 들어갔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음식쓰레기로 버려지기를 여러번....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이려던 나의 생각을 접어야했다.
모든 음식이 꼭 자기의 기호에 맞는 것은 아니니까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어짜피 식성도 커가면서 변해가니까....

큰아이가 좋아하는 알밥이나 볶음우동, 마파두부등은 작은 아이가 싫어하고 작은아이가 좋아하는 콩나물국밥이나 김치볶음밥, 칼국수등은 큰아이가 싫어하니 어떤 때는 식당처럼 각자 주문한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큰아이는 그나마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용 된거다.
김치찌게도 먹고(김치보단 같이 넣고 끓인 참치나 돼지고기를 건져 먹지만) 육계장에 들어간 숙주도 먹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김치 몇조각 먹는 것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거 아니면 절대 손을 안대고 고기먹을때 무쌈이외엔 쌈채를 안먹는다.

그뿐인가? 남편과 아이들 모두 오래두고 먹는 밑반찬을 싫어해서 한번 먹은 반찬 두번 올라오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즉석에서 바로 한 음식만을 찾으니 약속이 생겨 집을 나서면 밥걱정이 앞선다.
남들은 잘익은 깍두기와 곰탕만 있으면 몇일 걱정이 없다던데 우리집은 한끼면 땡이고 모두 냉동실로 직행이다.

이러니 식구별로 따로 식단을 짜지않는 한, 온 식구의 입맛을 충족시킬수는 없다.
내가 천하제일 요리사도 아니고 매끼니 색다른 메뉴를 가족에게 제공한다는게 힘에 부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삼시세끼 메뉴 걱정이 ~ing다.


Posted by 희야세상
가족이야기 l 2008/08/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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